[삐약] 기억
2021. 2. 16. 20:50

 

 

1.

 

 

"도련님, 10분까지 로비로 나와주세요."

 

저 도련님, 도련님 소리도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 알았다고 하는데도 자꾸 올라와 보채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K그룹 아들이 생일인 것과 내가 무슨 상관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질 않는다. 사실 생각해놓은 게 하나 있기는 한데, 그 아들이 나보다 한 살 동생이라는 것. 설사 그게 이유라고 할지라도 그게 정말로 나랑 무슨 상관일까. 우리 기업의 발전을 위해 K그룹 아들과 친해져서 쎄쎄쎄 우정놀이나 하라는 건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오늘은 애인이 먼저 저녁을 먹자고 한 날이었지만 그 K그룹 아들이라는 사람 때문에 다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문득 고개를 들어 시계를 봤다. 8시 7분, 비서가 나오라고 한 시간까지 5분이 채 남지 않은 시간이다. 3분동안 뭘 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 책상에 가지런히 놓인 종이 몇 장을 들어올린다. 별 시덥잖은 관심도 없는 정보들로 빽빽히 종이가 채워져 있었다. 나는 그대로 그 종이를 반으로 찢어버렸다. 

더 갈기갈기 찢고 싶었으나 그걸 비서가 보면 아버지라는 명칭 하에 있는 회장한테 보고할 것이었다.  또 내가 정신이 이상하다며 나에게 이상한 약들을 먹일 게 분명했다. 뭐 하나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이 현실이 갑갑했다. 

잠시 창문을 바라보니 맑을 줄만 알았던 하늘이 미세먼지로 꽉 차 있다. 그대로 고개를 내려 아래를 바라보니 나보다도 더 자신의 인생이 남의 손에 쥐어진 것 같은, 꼭두각시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보인다. 사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냥, 그래 보였다.

이런 상상을 하며 피식, 웃어보았다. 내가 무슨 궁예도 아니고. 다시 한 번 시선을 돌려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웃는 이가 한명도 없었다.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진다. 그대로 몸을 일으켜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다가선다. 저 사람들도 나에게 동질감을 느끼지 않을까. 그래도 아직 이 사회에,  따뜻함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지 않을까.

 

"도련님, 이제 나오셔야 합니다."

 

시간이 다 되었는지 밖에서 들려오는 비서의 목소리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 숨을 깊게 들이쉰 후 훅, 하고 짧게 내쉰다. 당장이라도 창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었다. 도련님? 또다시 들려오는 비서의 날카롭고 쟁쟁한 목소리에 침대 시트를 그려쥔다. 힘이 들어간 손끝에 무엇인가가 만져진다.

 

"5분만 기다려봐요. 거의 다 됐으니까."

 

특유의 저음으로 비서에게 쏘아붙였다. 일부러 날카롭게 말한 게 효과가 있었는지 곧 비서의 목소리가 잠잠해졌다. 몇 초간 흐르던 정적을 유지하다 흘깃 손끝에 걸린 물체를 바라보았다. 방금 찢어버린 그 종이였다. 다시 내려놓으려다 그래도 혹시 몰라 종이를 살펴봤다. 이름 김민규, 1997년 출생... 

바로 그 종이를 구겨버렸다. 하지만 이내 스쳐가듯 본 단어 하나에 조심스레 다시 종이를 편다.

역시 회장이 겨우 우정놀이 따위를 바랬을 리 없다. 우정은 실존하지 않으니까, 이름만 있으니까. 우정을 바란 채로 나를 이용하는 거라면 우리 기업이 이만큼까지는 성공하지 못했겠지. 혹시나가 역시나라고,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네 글자짜리 단어가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실성한 듯한 기분으로 비서가 놓고 간 약을 물도 없이 씹어먹는다. 

 

 

 

2.

 

 

 

차에 올라타 그냥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이 닿는 데까지 마구 머리를 굴렸다. 그러다 아까 본 글자가 생각났다. 물론 게이에 대한 편견은 없었다. 왜냐하면 나도니까. 나도 지금 남자친구가 있으니까, 애인이 있으니까. 

애인 하니까 생각나는 건데, 오늘은 내 애인의 생일이기도 하였다. 특이한 건 내 애인의 생일은 한 달에 한번씩, 1년에 총 12번이다. 나를 만난 이후로 다시 태어난 것 같다고, 나를 만난 날부터 매달 그 날이 자신의 생일이라고 했다. 얼굴 안 본지 약 한 달쯤 되었으려나... 소중한 잘생긴 내 애인. 보고싶었지만 안 본지 너무 오래되었는지 얼굴이 하나도 기억나질 않았다.

내 옆에는 24시간 비서가 붙어있는다. 꼭 붙어있지는 않더라도 항상 감시당한다. 물론 대놓고 감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인간의 육감으로 알 수 있는 것 뿐이지. 매일 나를 병원에 보내놓고 혼자 결과를 본다. 나에겐 결과를 절대 안 알려준다. 물론 그게 무슨 검사인지도 모른 채 매일 검사를 받는다. 도대체 이 기업이, 이 회장이, 이 아버지가 나에게 숨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답답해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묻고 싶었다. 

하여간 그렇게까지 붙어 있으니, 비서는 내가 남자 애인이 있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 말인 즉슨 아버지도 내 성 정체성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겠고. 내가 애인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는 뜻이겠지. 다시 한 번 아까 종이에서 보았던 단어를 떠올려본다. '동성애자', '동성애자 논란', '성 정체성 논란'... 

마치 그런 것이었다. 남자아이들밖에 없던 학원에 여자아이가 새로 들어오는 순간, 그리고 사실을 친구들이 알게 되는 순간 그 여자아이가 누구든지 간에 사겨보라고, 잘해보라고 주변에서 별 지랄을 다 떠는 것처럼... 

속이 다 보였다. 내 감정은 중요하지도 않고 그냥 내가, 그리고 그 얼굴 모르는 새끼가 같은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이용해먹으려는 것. 하긴, 뭐 그럴 수 있다. 회사의 번영을 위해서라면 마치 정략결혼같이, 한번쯤 다른 감정을 품어볼 수도 있는 것이었다. 꽉 쥔 주먹 안쪽에 기어이 손톱자국이 배겨 피가 고인다. 이내 생각하기를 포기한다. 눈을 살며시 감고 심호흡을 해본다.

 

"도착했습니다."

 

도착했다는 말과 함게 차의 문을 열어주는 비서의 표정을 보았다. 내 얼굴이 안 좋았던 걸 눈치챈 건지 평소와는 어딘가 다른 경직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박 비서."

"예?"

"나 애인 있는 거 아버지가 알아?"

"...예?"

"아버지가 아냐고."

"...모, 모르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는 바로 비서의 뺨을 후려쳤다. 레드카펫 앞으로 우리를 안내하던 경호원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든다. 한 손으로 차의 손잡이를 잡고 있던 터라 그리 세게 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비서의 몸이 기운다. 얼떨결에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들이 모인 자리에서 대놓고 비서에게 쪽을 준 사람이 되어버렸다.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며 비서를 일으킨다. 

 

"박 비서?"

"...ㅇ, 예!"

"잘하자...?"

 

급히 마무리를 짓고는 비서의 어깨를 토닥인 후 카펫 위를 걸어갔다. 꼴에 표정관리를 한답시고 어색하게 환영인사를 건네며 웃어보이는 K그룹 직원들이 어딘가 불쌍해 보였다. 어차피 내 눈엔 다 똥 씹은 표정으로 보일 뿐인데. 내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저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나의 이야기를 해댄다. 인성이 어떻다느니부터 시작해 가정사까지 파고든다. 불륜이 어쩌고, 혼외자식이 어쩌고.... 자신들은 안 들릴 줄 알고 한 이야기이겠지만 표정들만 봐도 뻔했다. 입모양만 봐도 마치 음성지원이 되는것마냥 내용을 다 알아챌 수 있었다. 

애써 무시하고는 옷매무새를 정리한 후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다시 한 번 아까의 일을 떠올리니 머리가 아파진다. 이제 이쪽 사람들의 눈에 내가 어떻게 비춰질지 뻔히 보이기 시작한다. 벌써 모든 일을 망친 것 같았다. 

 

17층입니다- 

 

아버지의 표정이 쓸데없이 구체적이게 상상되었다. 그리고 그 후의 일이 눈앞에 그려지기 시작한다. 회장실로 불려가는 나. 쌓인 약들을 먹고, 또 먹고... 병원에 가고, 주사를 맞고.. 검사를 받고, 하얀 방에 가둬지고.... 그냥 상상만으로도 참 역겨운 것들이었다. 인간이 인간에게 할 짓이 아니었다. 

 

문이 열립니다-

 

마음을 독하게 먹기로 다짐했다. 오늘 반드시 해내야 했다. 아까의 그 일 따위는 약과였다는 듯이, 큰 일을 하기 위한 준비운동이었다는 듯이... 

 

 

 

3.

 

 

 

지금쯤이면 파티가 절정으로 다다랐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준비를 느릿하게 한 탓에- 혹시나가 역시나라고, 예상대로 가관이었다. 멀리서도 화장품 냄새가 나는, 속옷인지 원피스인지 모를 옷을 입은 여자들을 양팔에 하나씩 끼고 재밌다며 히히덕거린다. 조금 더 주위를 둘러본다. 이미 약을 먹였는지 정신을 못 차린 채 휘청대며 남자를 찾는 여자가 보인다. 곧 그 여자가 나를 붙잡는다. 그러곤 내 중심부에 무작정 자신의 다리를 넣고 비빈다. 별 여자들이 다 꼬이네.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여자를 밀치고는 바(Bar)로 갔다. 술 한잔을 마시며 천천히 K그룹 아들이라는 작자를 찾을 셈이었다. 도수가 약한 샴페인 하나를 시키고는 잔을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남자도 나랑 같은 쪽이라면 여자를 끼고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주인공을 찾고 있자니 남녀가 몸을 섞는,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장면들이 더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눈에 꽉 담겼다. 절로 헛구역질이 올라올 것 같아 급하게 몸을 일으켜 발코니쪽으로 나갔다. 

의외로 발코니쪽은 한산했다. 꽤나 산골에 있는 건물이었기 때문에 펼쳐져있는 풍경은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운 분위기에 이끌려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술에 많이 약한 편이었기에 몇 모금 들이키자 정신이 몽롱해져왔다. 다시 한 번 그 풍경들을 눈에 담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아무 남자나 붙잡고 사랑한다고 하고 싶을 만큼 혼자 로맨틱한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술에 최음제라거나 약이 들어가있는 건 아닌 듯했다. 성적인 자극은 전혀 없었기에.

 

"어디에서 왔어요?"

"....?"

 

마침 누군가가 말을 건다. 나도 무척 키가 큰 편인데도 불구하고 나보다 훨씬 큰 키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쌍커풀 짙은 눈에 긴 속눈썹, 날렵한 코선과 얼굴선을 가지고 있는 미남이었다. 지금까지 본 사람중에 가장 잘생겼다. 갑자기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당황스럽다. 하지만 곧바로 술기운이라고 치부해버린다. 술기운에 빌려 조심스레 대답을 해본다.

 

"J기업. 아시죠?"

"흐음, J기업 괜찮죠. 저 차 거기꺼 써요."

"아.."

"거기 외동아들이에요?"

"...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외동아들이냐며 질문해온다. 내가 외동아들이라는 걸 안다는 건 내 가정사에 대해 아주 잘 안다는 뜻이겠지. 또 귀찮게 될 것 같은 예감에 방금까지 있던 설렘이 식어버릴 참이었다. 그나저나 누구길래 저렇게 담담하게 나에게 말을 걸고, 나의 가정사에 대해 말을 꺼내려는 건지 어이가 없었다. 이것도 술기운 때문인지 없던 자신감까지 생겨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누구신데요."

"그쪽이 먼저 이름 알려주세요."

 

평소같았으면 살짝이라도 고민하고 말했겠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갑자기 자신감이 생겨버린 나는 한치의 고민도 없이 대답해버렸다.

 

"전원우. 이제 알려줘요."

"...오, 의외로 쉽게 알려주네요. 생긴 건 되게 튕길 것 같이 생겼는데."

"제가 어떻게 생겼다고,"

"날카로운 고양이같이 생겼잖아요, 귀엽게."

 

까칠하게 뱉었던 말이 무색하게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걸 보곤 남자가 피식 웃는다. 왜 얼굴 빨개져요? 내가 좀 설레게 말했나? 그 말에 또 화들짝 놀라 괜히 성을 내며 또다시 술기운 때문이라고 치부해버린다. 

 

"그래서 누구에요, 빨리."

"알려주기 싫은데요."

"아까 내가 알려주면 알려주겠다면서요?"

"전원우 씨 이런 모습 되게 낯선 거 알아요?"

"허, 저 본 적 있으세요?"

 

자꾸 말이 평소답지 않게 당돌하게 나왔다. 이 사람이 내가 찾던 그 사람이면 어쩌려고. 잠시 잊고 있던 아까의 일이 떠오른다. 곧이어 엘리베이터 앞에서 했던 다짐이 떠오른다. 그 사람에게 잘보이는 게 우선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막 대하고 있다. 남자의 말대로 평소의 전원우답지 않게. 또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표정은 점점 구겨진다. 그걸 보지 못한건지 남자는 재밌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 그냥, 내 소원 하나만 들어줘요."

 

그 말에 가까스로 정신이 돌아오는 듯 했다. 그런데 그냥, 그 사람은 내가 찾는 사람이 아닐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또 입을 열어버렸다.

 

"....내가 이름도 안 알려준 사람 소원을 왜 들어줘야 하는데요."

"나 오늘 생일인데."

"......"

"생일인데 놀아주는 사람 아무도 없고. 기껏 사람들 초대해 놨더니만 여자들이랑만 재밌게 놀고. 원우씨가 나 좀 놀아줘요. 여자 끼고 노는 스타일은 아닌 거 같은데."

"......"

 

곧 두뇌 회전이 멈췄다. 

김민규에요, 내 이름.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는 남자의 목소리가 언뜻 들린 듯도 했다. 김민규가 자연스럽게 내 손에서 술을 가져가 마셨다. 여전히 아무 느낌이 없었고 정신이 없었다.

 

"내 소원 들어줄거죠?"

"......"

"따라와요. 친구들이 저렇게 재밌게 노는데 저도 놀고싶거든요."

"...허."

 

좆됐다. 머릿속에 이 세 단어가 흘러다녔다. 아니, 이미 저 단어로 꽉 차있어서 흘러갈 자리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급히 상황파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이해하기를 포기한다. 그냥 그대로, 정신이 있으면 있는데로 없으면 없는데로 김민규의 손에 끌려갔다. 사실 끌려갔다고 하기에도 애매했다. 분명 내 발로 스스로 걸어가고 있다. 술기운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허나 지금 나도 그를, 김민규를 원하고 있다. 

 

 

 

에필로그.

 

 

 

그렇게 그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과연 그 파티에 있던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잘 놀았다고 할 수 있겠다. 김민규는 나에게 번호를 요구했고, 다음에도 만날 것을 요구했다. 아마 내가 꽤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한 건을 했다고 할 수 있겠다.

아버지가 나를 불렀다. 비서와 있던 일은 다 알고 계시는 모양이지만 그것보다는 어제 파티의 결과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당당하게 말했다. 당신이 원하는 걸 아마 이룬 것 같다고. 기대해도 좋다고. 아버지의 표정이 왠지 펴진 것 같았다. 더는 아버지가 무섭지 않았다. 

그렇게 몇 일이 지났다. 김민규와 나는 연인사이로 발전했다. 서로 집에도 놀러가고, 시덥잖은 이야기도 하는 그런... 최근에 자주 만나지 않았더니 얼굴이 잊혀져 가는 것만 같았다. 김민규를 안 만난지 약 1달 정도 되었으려나, 싶다. 기억력이 안 좋은 나를 원망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왔더니 휴대폰에 문자 메세지가 와 있다. 타이밍 좋게도 김민규에게서 온 메세지이다. 오늘 같이 저녁을 먹자고 한다. 시침은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도련님, 10분까지 로비로 나와주세요."

 

저 도련님, 도련님 소리도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 알았다고 하는데도 자꾸 올라와 보채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K그룹 아들이 생일인 것과 내가 무슨 상관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질 않는다. 사실 생각해놓은 게 하나 있기는 한데, 그 아들이 나보다 한 살 동생이라는 것. 설사 그게 이유라고 할지라도 그게 정말로 나랑 무슨 상관일까. 우리 기업의 발전을 위해 K그룹 아들과 친해져서 쎄쎄쎄 우정놀이나 하라는 건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오늘은 내 애인의 생일이기도 하였다. 특이한 건 내 애인의 생일은 한 달에 한번씩, 1년에 총 12번이다. 나를 만난 이후로 다시 태어난 것 같다고, 나를 만난 날부터 매달 그 날이 자신의 생일이라고 했다. 얼굴 안 본지 약 한 달쯤 되었으려나... 소중한 잘생긴 내 애인. 그 애인이 먼저 저녁을 먹자고 한 날이었지만 그 K그룹 아들이라는 사람 때문에 다 산산조각이 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