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기억되는 것이 있다 그것이 물건일지도 음식일지라도 그 아이는 나와 같은 산부인과에서 태어나 모든걸 함께 했다 어린이집,문화센터 등등 그 이유는 우리 엄마와 그 아이의 어머니가 학창시절 동창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7살의 나와 그 아이는 어린이집을 다녀온 후 일주일에 세 번 월요일,수요일,금요일에 문화센터를 다녔고 문화센터가 끝나면 집 앞 놀이터에서 놀다가 해가 지면 각자의 집으로 들어가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었다 다음날은 금요일 문화센터를 가는 날이였는데 그 아이가 막 생떼를 썼다 그 아이 어머니께서는 당황을 하시고 그 아이를 달래기 바쁘셨다 하지만 그 아이는 울기까지 했고 안 하던 행동까지 하는 모습에 더 당황하신 것 같았다 나도 그 옆에서 그 아이를 달랬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아이를 달래기 위해 나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장난감이나 과자가 없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더니 사탕 두개가 있었다 일주일 전 금요일 문화센터에 갔던 그 날 그 아이는 가족들끼리 여행을 가서 엄마와 나 혼자 문화센터를 갔던 날 수업 잘 들었다며 선생님께서 주신 사탕이였다 선생님께서 사탕 두개를 쥐어주시곤 하나는 그 아이에게 주라고 했다 아마도 나랑 항상 같이 다녀서 그런 것 같다 나는 주머니에서 사탕 두개를 꺼내 하나는 내 손에 또 하나는 그 아이 손에 쥐어주면서 문화센터에 얼른 가자며 꼬드겼던 기억이 난다 신기하게도 그 아이는 사탕을 받자마자 울음을 꾹 그치고 사탕을 까먹었다 그 때 나와 그 아이가 처음 먹었던 사탕이 츄팝춥스 콜라맛 사탕이였다 그 아이는 그 날 이후로 그 사탕만 고집했다 언제였지 어느 날 그 아이가 나한테 그랬다 너가 그 날 사탕만 안 줬어도 자기가 사탕 중독이 됐을리는 없다고 난 그 말을 들었을 때 정말 어이가 없었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말은 그렇게 해도 속마음은 나랑 같았단걸 아니까 내가 그 날 사탕을 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와 그 아이가 서로를 기억할 수 있었을까?
/프롤로그 끝/
그 아이는 어렸을때부터 사탕을 좋아했다 사탕 중에서도 츄팝춥스 콜라맛을 제일 좋아했다 매일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 먹는 아이였다 콜라맛 빼곤 나한테도 사탕을 줬다 그래서 나도 같이 그 아이와 사탕을 매일 먹었다.
“원우야 너는 왜 콜라맛 사탕만 먹어?”
“그냥 난 콜라맛이 제일 맛있어”
“나도 콜라맛 사탕 하나만 주면 안돼?”
“안돼 그 대신 초콜릿맛 사탕 줄게 자 여기”
“치...민규도 콜라맛 사탕 먹고싶은데...”
“그럼 너가 사먹던지..!”
“아니야 괜찮아”
민규는 원우한테 츄팝춥스 콜라맛 사탕을 받지 못해도 사서 먹진 않았다.
"원우야"
"응 왜?"
"넌 어린이날 선물로 뭐 받고싶어?"
"츄팝춥스 콜라맛 사탕"
"엥? 어린이날 선물로?"
"응"
"어제 그렇게 혼나놓고"
"그래서 뭐"
"너 때문에 나도 혼났잖아"
"니가 내 옆에 있으니까"
"하여튼 전원우 너 그렇게 사탕 왕창 먹다가 이 썩어서 치과 가야할걸?"
"나 이 완전 잘 닦거든~"
"맨날 콜라맛은 자기 혼자만 먹고 치사하게"
"치사하다니 야 김민규 내가 콜라맛은 안줘도 다른맛은 주잖아!"
"콜라맛 하나 주면 어떻다고!"
"그렇게 먹고싶으면"
"그렇게 먹고싶으면?"
"니가 사서 먹어~"
"이씨 야 전원우! 이리 안와? 니 방에 있는 콜라맛 사탕 다 뺏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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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가 원우한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콜라맛 사탕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날은 원우가 갑작스럽게 이사를 간 날이였다 민규는 인사도 안하고 간 원우가 미웠다 그래서 방으로 들어가 책상에 앉아 엎드려 펑펑 울기만 했다 그러다 문뜩 책상 옆 캐비닛을 보니 캐비닛 위엔 편지 하나와 선물 상자 하나가 있었다 그 선물 상자 안에는 츄팝춥스 콜라맛 사탕봉지가 여러개 들어있었다 민규는 그 선물을 보자 더 크게 울 수 밖에 없었다.
편지에는 삐뚤빼뚤한 글씨가 종이 한가득 채웠다.
to.밍구
안녕 민규야 놀랐지..? 원래 말 안하려던건 아니였는데 암튼 미리 말 못해줘서 미안해 나도 너무 갑작스럽게 이사를 가게돼서...민규야 우리 항상 같이 놀고 또 울어도 같이 울고 혼나도 같이 혼나고 뭐든 함께 했었는데 이젠 그러지 못해서 같이 못해줘서 미안해 우리가 했던 약속 ‘나중에 시간이 지나도 계속 오래 함께 하자’던 그 약속도 지키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그래도 언젠간 다시 만날 수 있을꺼니까 그 때까지 너도 행복하길 바래 그리고 항상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웠어 그런 의미에서 너한테 어떤 선물을 이 편지랑 같이 줄까 하다가 생각난게 내가 맨날 먹는 츄팝춥스 콜라맛 사탕이 생각나더라고 이 때까지 콜라맛은 한번도 준 적이 없어서 그것도 미안하고해서...하루에 하나씩만 먹어 이 썩는다..ㅋㅋㅋ너가 이 편지를 보고 있을때쯤 아마 난 차 안에서 울고있을지도 몰라 혹시 민규 너도 울고있어? 울지마 나도 안울게 우린 씩씩한 아이잖아 그치? 나중에 만났을때 우리 밍구 더 잘생겨져 있겠다 나도 더 멋지고 잘생긴 모습으로 나타날게 그 때까지 나 잊으면 안돼 음 안녕은 너무 슬플 것 같으니까 나중에 보자
민규야 많이 보고싶을꺼야.️️♥
from.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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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이 지났다 초등학교 졸업을 하고 교복을 입게된다는 설렘 하나로 가득한 중학교를 입학했고 또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벌써 고3이다 고3에겐 지각은 있을 수 없지만 민규에겐 있을 수 있었다 꿈을 꿔버린 바람에 알람소리에 겨우 일어났지만 그 때는 이미 지각이였다.
꿈에서 원우를 만났다 꿈에서도 원우는 츄팝춥스 콜라맛 사탕을 먹고 있었다 원우의 얼굴이 미세하게 보여 슬펐다 그래도 풍기는 콜라맛 사탕 냄새만으로 원우라는걸 확신했다 츄팝춥스 콜라맛 사탕은 원우와도 같다 의인화 랄까 톡톡 쏘면서도 청량 가득한 또 츄팝춥스 사탕 껍질은 매우 까기 힘들다 포장이 매우 꼼꼼하게 되어 있기때문이다 이처럼 원우도 겉으로만 보면 단단해보이고 강해보여도 속은 여리고 달달한 그런 아이였다 난 그런 원우가 너무 좋았다 착각일지 몰라도 원우가 내 앞에만 서면 늘 진심을 전해주는게 느껴졌다 어린나이여도 진심은 늘 전해진다 원우가 츄팝춥스 콜라맛 사탕을 먹을때 마다 풍기는 콜라맛 냄새만으로 원우가 내 곁에 있음을 느꼈다 원우는 하루에 하나씩만 사탕을 먹었는데 그 사탕을 항상 내 앞에서 먹었다 사탕을 다 먹은 원우의 입에선 달달한 콜라향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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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지금 몇 시야.”
“8시55분이요...”
“왜 늦었어.”
“알람을 끄고 다시 자는 바람에...죄송합니다..”
“뭐? 다시 자? 지금 여기 운동장 봐라 여기에 너랑 나 딱 둘 뿐이다 고3이 지각해도 되겠어?”
“죄송합니다...쌤 한번만 봐주면 안돼요?”
“안돼 봐주면 다음에 또 지각할지 어떻게 알고.”
“아 쌤...좀 봐주세요”
“시끄럽다 벌점 3점이다 수업 시작하겠다 얼른 들어가라”
“네...”
교문 앞에서 학주에게 된통 깨진 민규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교실에 들어서니 우리반 정보통 서호가 와서 말한다.
“김민규 왜 지각 함? 오늘 1교시 자습이라 다행인 줄 아셈”
“알람 끄고 다시 잤음”
“미친 ㅋㅋㅋㅋ”
“좀 닥치셈 애들 공부 하잖아”
“응 그래 아 맞다 우리반에 전학생 옴”
“그래? 남자? 여자?”
“남자 저기 창가자리”
창가자리에 앉아있던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 아이는 사탕 하나를 입에 물고있었다 교실에 풍기는 냄새만으로 알 수 있었다 츄팝춥스 콜라맛 사탕.
민규는 옆에서 쫑알거리는 서호의 말을 무시하고 창가자리로 걸어갔다.
“안녕 전학왔어?”
“응 안녕”
“근데 거기 내 자린데”
“아 그래?몰랐어 쌤이 앉아도 된다고 하셔서 지금 비켜줄게”
“아냐 됐어 그냥 거기 앉아 내가 여기 앉을게”
“아 고마워”
12년만이였다 나는 그 아이를 알아봤지만 그 아이는 아직 나를 알아보진 못한 것 같았다 아는척을 해야할까? 12년전 어렸던 그 아이와의 마지막이 생각났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았던 츄팝춥스 콜라맛 사탕.
“넌 이름이 뭐야?”
“전원우 넌?”
역시나 맞았다 내가 아는 전원우 12년전 츄팝춥스 콜라맛만 고집하던 전원우가 맞다.
“김민규”
“민규...?”
“응 내 이름은 민규 왜?”
“아 아니야 그냥 어렸을때 친구 이름이랑 똑같아서”
“그렇구나”
“너도 사탕 좋아해? 하나 줄까? 콜라맛은 안되고 초콜릿맛 줄게”
“왜 콜라맛은 안되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맛이라서 그래서 난 콜라맛은 절대 누구한테도 준 적 없어 딱 한명 빼곤.”
“.....그렇구나”
“자 여기 초콜릿맛은 줄 수 있어”
“...그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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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랑 원우는 학교를 마친 후 분식집으로 향했다.
"어렸을때 자주 왔던 분식집이야"
"그래?계속 오는거 보면 되게 맛있나봐"
"어 여기 되게 맛있어"
"그렇구나"
"사탕은 뱉어야지 이거 먹으려면"
"아까운데..."
"그럼 씹어먹던지"
"그래야겠다"
원우는 떡볶이와 순대를 먹기 위해 입에 물고있던 콜라맛 사탕을 이빨로 아그작 아그작 씹어먹었다.
"사탕은 나중에 먹지 먼저 먹으면 입맛 떨어지잖아"
"잔소리는 ㅋㅋㅋㅋ"
"근데 너 자취해?"
"어 자취하지"
"좋겠네"
"뭐가?"
"우리집은 자취 절대 안된다 할걸?친구랑 같이 사는거면 몰라도"
"자취도 마냥 좋은건 거의 없어"
"다음에 놀러가도 돼?"
"그래"
"근데 너 왜 전학 왔어? 것도 고3 이 중요한 시기에"
"내가 말했던 그 콜라맛 사탕 유일하게 받았던 그 애가 이 동네 살거든 내가 7살때 이사를 갑작스럽게 가서 걔한테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헤어져서"
"......."
"웃기지? 유난일 수도 있는데 걔를 꼭 찾아야돼서"
"지금은 커서 얼굴은 못알아보겠네"
"그런가? 그래서 아직 못찾은거일 수도."
"걔 보면 어떨 것 같아?"
"사실 그 생각 많이 해봤는데 빨리 찾고싶다는 마음이 크면서도 좀 두려운 것도 없지 않아 있어"
"왜 두려운데?"
"걔한테 미안해서"
"마지막 인사도 없이 갑작스럽게 가서?"
"어 그 마음이 12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너무 크게 자리잡아 있거든"
"그렇구나....천천히 찾아도 돼 걔도 너랑 비슷한 마음일꺼야"
"그래 고마워"
민규는 원우가 전학 온 이후로부터 원우랑만 다녔다 그리고 학교엔 이상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우리 학교에 게이 있는거 아냐?/그게 김민규랑 전원우라던데?/둘이 같이 사는거 아님?/
소문이 돌기 시작한 이후로부터 원우는 눈에 띄게 민규를 피했다 민규는 그런 원우의 행동이 당황스러웠지만 더 당황스러웠을 원우를 생각해 원우을 찾아다니지 못했다 그래서 둘의 사이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고 시험기간이 다가와 원우는 독서실로 향하던 중 편의점에서 나오는 민규와 마주쳤다 원우는 애써 지나치려고 했지만 민규의 부름에 발걸음이 멈춰 움직일 수 없게되었다.
“원우야”
원우는 민규의 부름에 서서히 뒤돌아보았다 심장이 쿵쿵 울리고 있었다 온 몸의 모든 신경세포가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응 민규야”
“어디가?”
“독서실 가려고”
“아...그래 잘가”
“응 너도 잘가”
“저기... 원우야!”
원우는 다시 발걸음을 독서실로 향하려던 그 때 민규의 부름에 다시 뒤돌아 민규를 쳐다보자 민규는 원우의 손을 붙잡아 골목길로 향하였다.
“응?”
“그니까 어...여기 이거! 콜라맛이야”
“이걸 왜 나 줘?”
“그냥 너 항상 콜라맛만 먹잖아”
“어?”
“어...그게...그니까”
“너 혹시...”
“응 미리 말 못해서 미안”
원우는 민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민규를 안았다 그리고선 곧 터질 것 같은 눈물을 꾹꾹 눌러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보고싶었어”
"나도"
"그리고 좋아해"
"나도 좋아해"
원우는 용기를 내어 민규에게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민규는 긍정의 답과 함께 입을 맞춰왔다 입 안에선 달달하면서도 톡톡 터지는 콜라맛이 가득차올랐다 순간 머릿속이 잠시 아늑해지더니 펑펑 불꽃이 사방으로 피어났다 살짝 떼어진 입술이 번들거렸다 사탕 하나가 입술을 침범하듯 너의 입술이 내 입술을 다시 한번 침범했다.
민규는 츄팝춥스 콜라맛 사탕을 보면 원우를 떠올린다.
원우는 츄팝춥스 콜라맛 사탕을 보면 민규를 떠올린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