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친구와 연인사이
2021. 2. 13. 18:23

 

너와 난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망설였고. 결국 입안에만 맴돌던 그 말을 마지막까지도 말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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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감정을 단순한 그저 어리고 어렸던 그 시기에 치기라고 칭하기엔, 우리의 감정은 남들이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었다. 어느 연인 남부럽지 않은 사랑을 했다고 감히 말 할 수 있을 만큼,

 

“야 니들 사귀냐?”

 

“뭐래”

 

그렇다고 우리를 연인으로 정의할 수는 없었다. 고백을 한적도 없고 사귀는 사이는 더더욱 아니였으니, 연인은 아니였고, 그렇다고 친구도 아니였다.

 

그럼 뭐였을까…? 원우야 그때 우린 무슨 사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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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야 보고싶다]

 

[아 뭐야 놀래라ㅋㅋㅋㅋㅋ 공부나 해ㅋㅋㅋㅋㅋㅋ]

 

[원우가 뽀뽀해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ㅋㅋㅋㅋㅋ]

 

[나 이미 너네 집 앞이야, 잠깐 나올래?]

 

[아 뭐야 추운데]

 

[빨리 나와 나 얼어 죽겠어]

 

[아 진짜 말 하고 오라니까]

 

[말 했으면 오지 말라고 했을거잖아]

 

[당연하지!! 지금 엄청 추워!!]

 

[에이 생각보다 안추워]

 

[지금 한파라고 기사났는데 안춥긴 뭘!!]

 

[그럼 지금 추우니까 빨리 나와 나 얼어죽기 전에~”]

 

[진짜… 너 짜증나…]

 

[난 너 좋은데]

 

[아 진짜 김민규 세상에서 제일 싫어]

 

[걔는 너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대]

 

[아 몰라 진짜]

 

[빨리나와 전원우 나 추워 나 이러다가 내일 아침에 얼어죽은 변사체로 뉴스에 나오겠어]

 

 

 

 

 

그냥 공부가 안돼서, 집중이 안돼서, 오늘따라 달이 예뻐서, 독서실에 내가 좋아하는 음료가 품절되서, 독서실 옆자리 학생이 너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문제집이 짜증나게 생겨서…등등 별 이유같지 않은 핑계를 대며 맨날 원우를 만났다.

 

“야 추운데 뭐하러 여기까지 왔어”

 

“그냥~”

 

“고 3이 한가하다?”

 

“오래전에 공부를 놔버려서 의도치 않게 한가하네“

 

“그러면 독서실은 왜 다녀ㅋㅋㅋ”

 

“내 마지막 양심이랄까…:

 

“어이구 지랄하고 자빠졌네”

 

“자기야 이쁜말 쓰기로 했잖아”

 

“아 뭔 자기야야 빨리 가기나 해 너희 엄마가 너 독서실 간다하고 여기서 나랑 이러는거 알면 놀라 자빠지시겠다”

 

“에이 뭐 박여사 집 둘쨰아들 공부 안하는거 세상 사람 다 아는데 뭐 그런걸로 놀라시겠냐”

 

“너희 엄마 너가 독서실 다니겠다고 한 말 들으시고 너가 이제 정신차렸구나 하고 기뻐하셨대매”

 

‘아 그건…’

 

‘그니까 얼른 가”

 

“안아주면 갈께”

 

“에휴…내가 지금 애를 키우지 애를 키워…김민규 덩치는 산만해서는 하는 짓은 애야 애…”

 

그래. 인정한다. 나는 전원우를 좋아한다. 아니 좋아했다. 아마 그건 전원우도 마찬가지였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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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쌤 전원우랑 김민규 또 연애질 해요”

 

“좋을떄다 근데 애들아? 학교는 연애하는 공간이 아니란다?”

 

“아 쌤…”

 

“너네 같은 고 3들은 더더욱”

 

“아 쌤 저희 안 사겨요”

 

“연애는 좋은 대학가서^^”

 

“아니…안 사귄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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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김민규 야 그건 백퍼야 고백하라니까”

 

“아 아니라고”

 

“뭐가 아니야 그래 여기 안이야 밖아니야”

 

“아;;”

 

“미안”

 

“알면됐어 아 암튼 하고싶은 말이 뭔데”

 

“야 너 솔직히 죽기살기로 아무리 노력하고 공부해도 모태 범생이에 3년동안 전교권에서 빠진적이 없는 전원우랑 같은 대학 못가, 그럼 너 전원우 졸업하면 못볼텐데 그럼 이렇게 보낼꺼야? 내가 너희의 그 쌍방삽질에 눈물이 나서 그래”

 

“…내가 고백을 하면, 내가 고백을 하면 뭐가달라지는데”

 

“음…적어도 니가 이따구로 삽질하는 꼴은 안봐도 되겠지”

“근데 차이면, 전원우가 ‘미안…난 아직 널 친구이상으로 생각해본적 없어’ 라던지, ‘미쳤어? 농담이지’ 이러면, 이러면 어떡할껀데’

 

“그렇다면 유감이다 친구야”

 

“아 진짜 이석민 도움이 안돼”

 

그때는 그저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사랑인지, 우정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야 누가 그러는데 우정인지 사랑인지 헷갈릴때는 내가 상대랑 키스를 한다고 생각하면 된대. 우정이라면, 그 상상도 잘 안되고 상상에 성공해도 짜증나고 이상하대, 사랑이면 뭐…큼큼…그대로 침대 가는거까지 가는거지”

 

“아 부승관도 역시 도움안돼”

 

“근데 니 얼굴은 왜 빨개지냐”

 

“아 몰라 꺼져 꺼져”

 

“잘해봐라 이 형이 응원할께”

 

“아 뭔 형이야 꺼져”

 

순 연애고자에 모태솔로인 친구들은(승관: 나 연애고자 아니거든!! 나 모쏠도 아니야!! 나 지금 애인 있거든!!) 별 도움이되지 않았다. (석민: 아픈부분 건드리는거 아니다)

 

“별 이상한 말이나 하고 있어…”

 

괜히 궁시렁거리면서 얼굴의 붉어진 얼굴을 식히기 위해 화장실로 갔다.

 

“어 민규야”

 

타이밍도 참…

 

“어어 원우야”

 

“어디 아파? 얼굴이 빨개”

 

걱정스럽다는 눈빛으로 날 보는 너의 모습이 너무 귀엽다고 생각했다.

 

…김민규 미쳤지…진짜 단단히 빠져버렸나봐…

 

아픈건 아니라고 대충 둘러대고 난 잽싸게 화장실로 들어가서 열을 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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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설마 아직도 고백 못했냐?”

 

“…”

 

“미친!!!! 승관아 얘 아직도 고백 못했대!!!!”

 

 

“아 씨…전교에 알릴일 있냐…목소리 좀 낮춰…”

 

“뭐?????김민규가 아직도 고백을 못했다고!!!!!!!!!!!!”

 

“제발 닥쳐…둘다…”

 

“어!!!!!!!!!!”

 

“미쳤네!!!!!!!!!!”

 

굳이 가까이서 말하지 않고 멀리서 소리를 빽빽 지르며 대화하는 두 도른자 때문에 머리가 아파졌다.

 

“야 그러다 전원우 들으면 어떡할려고”

 

“야 아무리 나랑 승관이 성량이 커도 그렇지 매점까지 안들려”

 

(여담이지만 이때 승관이와 석민이의 외침은 우리층에서는 다 들렸다고 했다.)

 

내가 고백을 못했던 이유는 그거였다. 괜히 고백했다가 친구도 못할 사이가 되면 어쩌지…그 생각뿐 이였다. 원우와 멀어지는 건…상상도 하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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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추졸추~”

 

“아 이석민 이상한 줄임말 쓰지 말라고”

 

“승관이도 졸추졸추~”

 

“꺼져 난 사랑하는 한솔이한테 갈꺼야”

 

“으헝 가지마 승관아…”

 

“원우야 졸업 축하해”

 

“응 너도!”

 

“…”

 

“뭐 다른 할말 있어?”

 

“아? 아니아니”

 

“그래? 어! 엄마! 나 엄마 오셨다 먼저 갈께! 안녕!”

 

“응…잘가”

 

결국 고백한다고 했던 나의 다짐은 무너졌고, 결국 그렇게 원우를 보냈다.

 

“으휴…저 등신…”

 

“뭐

 

“오늘 아니면 진짜 만날 수가 없잖아 등신아 너 대학도 전원우랑 끝에서 끝대학으로 붙었는데 등신아”

 

“아 언젠가 만나겠지!!”

 

“퍽이나 만날수 있겠다”

 

“아 꺼져”

 

“ㅇㅇ”

 

“그렇다고 진짜 가냐…”

 

그렇게 고백도 한번 못해보고 내 짝사랑은 끝나고 말았다.

 

그 후로 난 고등학교와는 너무 다른 대학생활덕분에 하루하루 너무 바쁘게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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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후]

 

“야 김민규 많이 죽었다?”

 

“아 뭐래 왕년의 실력 한번 보여줘?”

 

“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놈”

 

“야야 전원우 언제오냐”

 

“전원우가 와?? 걔가?? 이야 오래살고 볼일 이네”

 

“너 아직 24년 밖에 안 살았어 새꺄”

 

“와 24년 시X 존나 오래 살았네ㅋㅋㅋㅋ”

 

“그게 오래 산거냐ㅋㅋㅋㅋㅋㅋ”

 

“어 야야야 전원우 왔다”

 

“안녕 나 왔어”

 

“와 진짜 전원우야”

 

“그럼 가짜 전원우겠냐”

 

“미친 맨날 안나오더니 웬일이냐”

 

“아…졸업하고 1년뒤에 교환학생으로 외국갔다와서…”

 

“와 미쳤네 교환학생 어디로 갔냐?”

 

“독일”

 

“우와 독일이래 유럽이야 유럽”

 

“민혁아 조용이해 넌 어차피 못 가는 곳이야”

 

“아…눈물난다 술이나 마시자”

 

“자 유럽은 꿈도 못꾸는 박민혁을 위해 짠”

 

“아 진짜 김재오 너도 못가잖아 새꺄 넌 갈 수 있는거 처럼 말하냐”

 

“아 뭐 내가 갑자기 천재적인 지니어스가 되어서 학교에서 가라고 할 수도 있잖아”

 

“퍽이나 너가 그러겠다”

 

“아 얘네 또 싸워”

 

“아 오랜만에 전원우도 왔는데 민망하게 싸우지 좀 마라”

 

“뭐 이C”

 

“누가보면 맨날 싸우는 줄 알아 우리 사이 좋거든?”

 

“맨날 싸우는건 아니지만 사이가 좋지도 않아”

 

“헐…? 민혁아 형 좀 눈물난다?”

 

“야 둘다 닥쳐”

 

“근데 이야 전원우 못 본새에 더 잘생겨졌다?”

 

“아 오글거려 그런 말 하지마”

 

“왜 팩트인데”

 

“외국물 먹어서 잘생겨졌나보지”

 

“옆에 분은 애인분?”

 

“오오오오올”

 

“응

 

“야 연애해서 잘생겨진거였네~”

 

“아진짜 오글거려 하지마….”

 

“어머 오빠 멋져요”

 

“아 저 새끼 왜저래”

 

“야 근데 김민규 얘 왜 얼나갔냐”

 

“어? 어 아니야 야 나 잠깐 화장실 좀”

 

부정하고 싶었다. 너와 그 남자의 다정한 투샷이,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커플 같은 모습이, 왁자지껄한 술자리에서 너와 그 남자의 대한 모든 걸 알고 싶은 듯 달려드는 남정네들의 목소리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화장실을 가는 척, 잠깐 밖에 나와 담배를 필까 싶어 담배갑에서 한 개비를 빼서 물었다.

 

“민규 오랜만이다”

 

“어? 어…”

 

“못 본새에 더 멋있어졌네”

 

“너는 왜 나왔어?”

 

“그냥…원래 이런자리 좋아하지도 않고…재미도 없어서…”

 

“그래도 들어가있지 한창 너랑 네 남친이야기 할텐데”

 

“쟤네들은 왜 저리 저런게 궁금한지 몰라…어차피 말해줘도 다 기억 못할거면서”

 

“…”

 

“맞잖아, 어차피 내일되면 그런말을 들었냐는 둥 관심도 없어지고 그냥 아 전원우 남친있구나, 이정도로 기억할텐데”

 

“…”

 

“참으로 쓸데없는 QnA 야”

 

“…”

 

“근데 너는 뭐 할 말 없어?”

 

“없어”

 

“진짜? 아까부터 계속 할말 있어보였는데 아니야? 내가 잘 못본거야?”

 

“역시…전원우는 날 너무 잘 알아…”

 

“그럼, 우리가 벌써 몇 년을 붙어먹었는데”

 

전원우는 소름끼치도록 날 너무 잘 알고있었다. 어쩌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할지도 예측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근데 민규야, 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는 뜻이야”

 

“갑자기 그런말은 왜…”

 

“그냥…하고 싶었어. 널 만나게 되면”

 

“넌 그 남자를 진짜 사랑해?”

 

“사랑하든 말든 너가 신경 쓸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지…그건 그래…’

 

“…너 진짜 많이 변했다”

 

원우는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이더니

 

“춥다, 여기서 궁상떨지 말고 얼른 들어가, 난 간다”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꺼내놓고 피지는 못한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변했다. 뭔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변했다. 내가 알던 원우는 이제 없다.

 

이래저래 많은 생각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져 한모금만 핀 담배를 발로 밟아 끈 뒤 아직도 술판이벌어지고 있는 안으로 들어갔다.

 

원우와 원우의 애인이라는 그 사람은 벌써 간 것인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남은 애들만 술을 죽어라 마시고 있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거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

 

원우가 나에게 한 말이 계속 머리속을 맴돌았다. 원우가 그 말을 한 이유는 뭐였을까,

원우는 너무나도 변해버렸고, 내가 알던 원우가 아니였기에 쉬이 그 말의 이유를 파악하기 어려

웠다.

 

 

 

 

 

만약…정말 졸업식을 했던 그때 그날에 아니 어쩌면 너가 애인을 사귀기 전에 내가 너에게 고백을 했으면, 지금의 우리의 모습이 달라져 있지 않았을까,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