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 뜨거운 너는 내게 말했지
2021. 2. 12. 14:38

 

 

 

 

일기예보에선 며칠째 장마가 시작되었다며 떠들어대고 있었으나 매일 아침 챙기는 우산이 무색할 만큼 비는 단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다만 물속을 걷는 것 같은 엄청난 습기가 기분 나쁘게 온몸을 감싸와 불쾌지수가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때아닌 마른 장마였다. 가물면 과일이 맛없는데. 가뭄이라기엔 애매한 날씨임에도 민규는 곧잘 이런 말을 해댔다. 그도 틀린 말이 아닌 것이 빛 좋은 복숭아를 한 입 베어 물면 향긋한 단맛이 아니라 이도 저도 아닌 맹탕의 과즙만 잔뜩 나와 입안 가득 떨떠름한 맛을 남겼다. 곱게 깎아 놓은 민규의 정성이 끔찍하지만 원체 입이 짧은 원우는 이 맛없는 과육을 제 위 속으로 넘기고 싶지 않았다. 조금만 더 먹으라 채근해도 홀랑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원우에 거실에 혼자 남겨진 민규가 남은 복숭아 조각을 입에 밀어 넣었다. 이거 봐 맛없다니까.

 

 

 

뜨거운 너는 내게 말했지

 

 

 

 김민규가 전원우의 집에 살게 된 건 오랜 일이었다. 복학 후 여기저기 불려 다닌 민규는 군대 얘기, 축구 얘기,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를 술자리마다 빠지지 않고 해대며 한두 잔씩 술을 받아먹었다. 남들이 다 놀길래 저도 같이 놀았는데 뒤에서 그렇게 호박씨를 까고 있을 줄이야. 중간을 망했으니 기말이라도 잘 봐야 기숙사에 붙을까 말까였지만 마음을 다잡고 공부한 기말에선 오픈북도 벼락치기도 소용없이 처참한 성적을 떠안고 종강을 맞아야 했다.

 

 장학금은 꿈도 못 꾸고 어떻게 잘 비벼본 기숙사마저 떨어지자 민규는 방학을 맘 편히 보낼 수가 없었다. 말이 그랬다는 거지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인근으로 놀러 가 인스타 피드를 알차게 채웠다. 아침 일찍 피시방에 나가 수강신청을 하고 보니 문득 다음 학기가 걱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공강 없음, 1교시 수업 두 개, 왕복 네 시간 통학.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한 민규가 좆됐음을 직감하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 마냥 연락처를 뒤져 혼자 사는 선배후배동기들에게 카톡을 남겼다.

 

‘형 룸메 안 필요하세요? ㅎㅎ’

‘한 학기만 같이 지내도 괜찮을까?’

‘남는 방 있냐?’

 

 이 팍팍하고 각박한 이십일 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집 잃은 어린 양 거두는 사람이 없다니. 돌아오는 답이 없음에 홈리스 김민규는 자신을 위한 방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중간을 망한 시점에서 알바를 시작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그러다 이내 울리는 알림음에 휴대폰을 잡은 민규가 수신자를 확인했다. 15 전원우. 과 행사에서 도통 얼굴을 볼 수 없던 원우라 친하진 않았지만 지금 민규는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민규야 너 집안일 잘해?’

 

‘그럼요 요리 청소 빨래 다 잘하죠 ㅎㅎ’

 

‘ㅇㅋ 우리집 와’

 

 그래 아직 세상은 살 만했다. 

 

 

 

 개강과 동시에 원우의 집에 눌러 앉게 된 민규는 원우가 내 건 조건에 의아함을 가지면서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 흔한 전자도어락 없이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갈 때부터 도망쳤어야 했는데. 원우는 민규에게 월세를 받지 않는 대신 집안일을 부탁했다. 청소부터 요리까지 본인이 하기 귀찮아 미뤄왔던 집안일을 민규에게 떠넘긴 셈이었다.

 

“선배 사실 룸메 말고 가정부 구하신 거죠.”

 

“왜 싫어?”

 

“싫은 건 아닌데 좀...”

 

“민규야 잘 생각해 봐. 서울에서 이 정도 아파트 살기 어렵다. 너 운 좋은 거야.”

 

 넵, 알겠습니다. 적당히 고개를 끄덕인 민규가 짜장 그릇에 고개를 처박았다. 꼴에 이사랍시고 중식을 시킨 건 알겠지만 몇 입 먹다 말고 젓가락을 놓은 채 게임에 열중하는 원우의 모습에 이 그릇들을 치우는 것부터가 자신의 식모살이가 시작되는 것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민규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그릇을 닦고 음식물을 버릴 때까지 원우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저 사람은 이게 당연하구나. 이제 와 민규는 조금 후회했다. 아니 조금 많이.

 

 

 

 삐걱댈 것만 같았던 동거 라이프는 어찌저찌 잘 굴러가고 있었다. 생활패턴이 달라 얼굴 보는 일이 적더라도 같은 집에 사는 건 맞는지 마주하고 밥을 먹을 때도 티비를 볼 때도 있었다. 민규는 동거인의 본분에 충실했으며 원우와 썩 친하진 않았으나 이 생활에 안정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 안정감. 하우스 푸어가 넘쳐나는 서울 한복판에서 성적을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통학할 수 있다는 것. 그날 원우를 보기 전까진 그랬다.

 

 여덟 시까지 꾸역꾸역 전공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민규는 원우를 봤다. 저보다 반 뼘 큰 남자에게 기대어 격렬히 키스를 하고 있는 전원우를. 물기 가득한 숨소리가 퍼지고 주황색 가로등 아래 원우의 얼굴이 너무 색정적이라 민규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발이 묶인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저 형 얼굴이 원래 저랬나? 근본 없는 의문이 떠다니며 민규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마냥 망부석처럼 있을 순 없어 무거운 발걸음으로 한 발 한 발 집으로 향하는 내내 민규는 생각했다. 보지 말자. 그쪽 쳐다보지 마. 눈 마주치면 죽을 거야.

 

“민규 안녕.”

 

 순간 민규는 제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상상을 하며 멈춰 섰다. 뻣뻣하게 뒤돌아 원우를 한 번, 그 앞의 남자를 한 번 번갈아 쳐다보다 꾸벅 인사를 했다.

 

“어우 예, 네 안녕하세요...”

 

 얘기를 나누는 그들 사이에 애매하게 끼어버린 민규가 그럼 저 먼저 갈게요 하고 입을 떼자 원우가 다가왔다. 같이 들어가자. 알 수 없는 상황에 어버버 거리는 민규의 팔을 붙잡고 원우는 앞서 걸어갔다. 이게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열쇠로 문을 여는 동안 그저 끌려가기만 했던 민규가 문이 닫히자 원우에게 물었다.

 

“형 게이였어요?”

 

“더러워서 같이 못 살겠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럼 됐네 뭐. 신발을 벗고 들어선 원우가 안경을 찾아 쓰며 민규를 돌아봤다. 아직도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얼굴로 현관에 멀뚱히 서있는 민규에게 꼭 뭐가 문젠데, 눈으로 묻는 것 같았다.

 

“아까 그분은 애인이에요?”

 

“아니 그냥 원나잇.”

 

“그럼 우리집에서 섹스를 하려고 했다고요? 지금? 내가 뻔히 있는데?”

 

 알 수 없는 정적이 둘 사이를 맴돌았다. 민규는 자신이 무슨 말을 내뱉은 건지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어감이 좀 이상하긴 했어도 고등교육을 받고 있는 지성인이라면 어떤 뜻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전원우는 아니었다. 민규의 말을 듣고 가만 턱을 쓰다듬던 원우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내가 내 집에서 떡치는 게 좀 이상한가?”

 

 원우의 악의 없는 물음에 민규가 제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한숨을 푹 내쉰 김민규는 한낱 동거인인 주제에 원우에게 왜 그래선 안 되는지, 본인의 입장은 어떠한지 구구절절 설명했다. 고루하기 짝이 없는 얘기들에 원우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민규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원우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라서 민규는 자주 넋을 놨다.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나는 얼굴에 교양을 통으로 날려먹고 계단에서 자빠지는 멍청한 짓을 되풀이하자 문득 생각이 드는 거다. 나 전원우 좋아하냐? 무슨 삼류 드라마 대사 같은 걸 읊어댔지만 김민규는 진심이었다. 심장이 벌렁거리는 게 옆 반 반장을 좋아할 때 이랬고 얼굴에 열이 몰리는 게 동아리 선배를 좋아할 때 이랬다. 자신의 성적 지향성에 대해 디나이얼할 새도 없이 김민규는 결론을 내렸다. 김민규는 전원우에게 반했다. 그것도 외간 남자랑 키스하는 걸 보고.

 

 민규가 묘한 집착을 보이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자정이 넘어 돌아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언제 오냐는 둥 빨리 오라는 둥 문자를 보내질 않나 학교에선 대충 인사만 주고받았으면서 같이 밥을 먹자고 하질 않나. 버스 정류장에서 두 시간씩 기다려 놓고서 형 여기서 다 보네요 신기하다, 라며 수작을 부렸다. 그러니까 김민규는 최대한 전원우 눈앞에서 알짱거렸단 소린데 원우가 이걸 좋아했을 리 없다.

 

 치킨을 시켰으니 빨리 오라는 문자에 그냥 자 민규야, 라고 답을 하고 밥을 먹자는 말엔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마주쳤을 땐 조금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었다. 여기가 다른 데도 아니고 집 앞인데 뭐가 신기해. 원우가 이렇게 나오면 민규는 할 말이 없어 그저 눈동자를 굴리며 어색하게 웃고 말았다. 우연을 빙자한 만남이 계속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었다. 당최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게 전원우라 민규의 간섭을 불편해할 뿐이었다.

 

“민규야 지금 뭐하자는 거야?”

 

“뭐가요?”

 

“우리 사이가 뭐라고 자꾸 뭐가 있는 것처럼 굴어.”

 

 민규는 좋았다. 요리도 잘하고 청소도 잘해서. 이 외에 할 줄 아는 게 많고 싹싹하니까 데리고 사는 입장에선 참 좋았는데 계속 신경 쓰이게 만들어 원우는 좀 피곤했다. 민규야 난 네가 선을 좀 지켰으면….

 

“꼭 뭐가 필요해요?”

 

“어?”

 

“그럼 떡이라도 칠래요?”

 

“미쳤냐?‘

 

 민규는 민규 나름대로 서운했다. 아니 이렇게 티를 냈는데 모른다고? 그래서 세게 나간 것이 역효과를 낼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민규의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들은 원우는 얼이 빠진 모습 그대로 굳어 민규가 바로 앞까지 다가오는 것조차 몰랐다. 적지 않은 키로 올려다 본 민규의 얼굴이 느린 속도로 자신을 향해 오고 결국 입술이 닿았을 때 원우는 민규를 밀쳐냈다. 그날 그 가로등 아래에 민규를 남겨둔 채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원우는 되뇌었다. 김민규 개또라이.

 

 

 

 집안에 어색함이 무겁게 내려앉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던 패기는 다 어디 갔는지 민규는 쥐 죽은 듯 살았다. 무슨 우렁각시도 아니고 원우가 자고 있거나 집에 없을 때 방에서 잠깐 나와 집안일을 하고는 돌아올 즘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어쩌다 원우를 면할 때면 못 볼 걸 본 사람처럼 허둥대며 집 밖으로 뛰쳐나가 한참 시간을 죽이고 집에 돌아왔다.

 

 눈에 띄게 유난을 떠는 민규 덕에 무던해 보였던 거지 원우라고 불편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 얘기를 하려 해도 마주치면 도망치기 급급한 민규를 잡아봤자 골이 더 깊어질 것 같아 내버려 둔 것이 맞았다. 그래도 키스는 내가 당했고 그런 말 들은 것도 난데 지가 왜 피해? 변명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솔직히 기분이 나빴다. 또 자신을 피해 밖으로 달아나버리는 민규를 무시한 채 방문을 세게 닫은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창을 때리는 빗줄기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이름만 다른 몇 개의 태풍이 빗겨지나 간 것과 달리 이번엔 정말 관통할 거라는, 진짜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기상청의 말이 헛소리가 아닌 셈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현관에 놓인 신발은 원우 것 하나였다. 물을 마시며 물끄러미 현관을 응시하던 원우가 컵을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 내가 지금 걔 걱정을 왜 하고 있지. 애도 아닌데 알아서 올 수 있지 않나. 그러면서도 우산을 챙겨나가는 게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것이 분명했다.

 

 쏟아지는 비에 연보라색 컨버스가 젖어들어갔다. 이 좁은 동네에 있을 법한 곳은 다 돌았으나 그 큰 김민규는 어디로 숨은 것인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냥 방을 뺀 건가. 이제 밥은 누가 해? 청소는, 또 빨래는? 사소한 걱정들이 산을 이루다 비로소 탈력함이 몰려왔다. 그럼... 나는? 주황빛 가로등 아래 우두커니 서있던 원우가 잰걸음을 옮겼다. 찰박이며 튀는 물방울에 바지 밑단이 젖더라도 상관이 없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다.

 

“... 김민규.”

 

 버스 정류장에 앉아 멍하니 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있던 민규가 저를 부르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원우를 바라봤다. 우산을 쓴 게 맞는 것인지 몸의 모서리마다 젖어있는 원우가 한 발씩 다가오자 민규의 눈썹이 구겨졌다.

 

“형 꼴이 왜 이래요?”

 

“그럼 넌 여기서 뭐 하는데.”

 

 왜 집에 안 와. 말끝마다 코 먹은 소리가 나는 게 꼭 감기에 걸린 것 같았다. 아니 그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어물쩍 대답하는 민규가 원우의 눈치를 봤다. 이럴 사람이 아닌데. 설마 혹시 진짜 설마? 민규는 짱구를 잘 굴려야 했다. 행복 회로를 돌리며 원우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놓쳐선 안 됐고 설령 또 까이더라도 애써 덤덤한 얼굴을 깔아야 했다. 그런데 비 오는 날 길을 잃은 똥강아지가 주인을 보고 꼬리를 안 흔들 수 없는 거라 민규는 솟아오른 광대를 꾹 눌렀다.

 

“형 지금 저 찾으러 나온 거죠. 맞죠?”

 

“아니.”

 

“진짜?”

 

 사실 맞아. 작은 한숨이 뒤이어 붙는 걸 들은 민규가 우산을 든 원우에게 성큼 다가갔다. 우산도 꼭 자기 같은 것만 써. 무채색 우산 아래 장정 둘이 들어차 누구 하나 제대로 비를 막는 사람이 없었지만 그들에게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민규야 넌 진짜 내 취향도 아니고 말도 많고 좀 귀찮거든.”

 

“네.”

 

“그냥 아는 동생이었지,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전원우 돌았냐. 연애를 안 하더니 진짜 미친 거야. 두서 없이 튀어나온 말들과 아직 정리가 안 된 마음들에 원우는 제가 든 우산이 기우는 것도 몰랐다. 점점 기울어가는 우산에 한 쪽 어깨를 흠뻑 적신 민규가 손을 겹쳐 우산을 바로 했다. 손등 위로 닿는 체온과 자신을 가만 응시하는 눈길을 온전히 받아낸 원우에게 민규는 할 말이 있었다.

 

“형 아직도 우리 사이에 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저는 형이랑 연애하고 싶거든요.”

 

 형도 그랬음 좋겠어요. 민규는 본인의 멘트가 꽤 선방했음을 원우가 입술을 떼어내고서야 알았다. 민규의 말이 끝나자마자 냅다 입술부터 들이박은 전원우는 오랜 시간 민규를 못살게 굴었다. 물고 빨고 서로의 혀가 엉키는 동안 슬쩍 눈을 떠 본 원우의 얼굴은 그때 그 가로등 아래에서와는 달랐다. 잘게 떨리는 눈가와 귀 끝부터 얼굴까지 붉게 물들여 자신에게 매달린 모습이 싫다고 하면 거짓이었다. 개좋아 진심.

 

“민규야 빨리 집에 가자.”

 

“왜요?”

 

“우리가 비 오는 날 밖에서 섹스할 순 없잖아.”

 

 

 

 여름 끝 무렵에 시작된 장마는 기록적 폭우로 남아 엄청난 피해를 냈다. 그날 비 그거 좀 맞았다고 전원우는 보름을 고생했다. 자휴를 때리고 감기로 시름시름 앓는 와중에 김민규 얼굴만 보면 힘이 솟아서 밤마다 그 짓거리를 했다. 감기는 키스하면 옮는다며 넌 왜 안 옮아. 영양가 없는 대화를 나누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심지어는 하면서도 불이 튀어 원우는 감기를 달고 살았다. 그럼 좀 더 찐하게 해줘 봐봐요. 여름이 다 가도 김민규와 전원우는 여전히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