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Happy ending¿?
2021. 2. 9. 00:15

 

2017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아마 모두가 행복해하던 그 날이. 그 후로는 나에게는 악몽 같은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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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단순히 사고였다. 민규나 나 둘 중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홍대에서 데이트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던 길이였다. 하루를 되짚으며 웃음꽃을 피우던 우리의 앞에는 중앙선을 아슬아슬하게 넘으며 달려오는 큰 트럭이 있었다.

 

이미 피하기는 늦었고, 엄청난 굉음이 들린 후, 어디에 세게 부딪혀 잠시 정신을 잃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놀람과 연민, 어쩌면 슬픈 얼굴이 희미하게 보였을 뿐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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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깨어난 날은 2018년 1월 2일 이였다. 꼬박 열흘동안 깨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깨어나 보니 벌써 2018년, 새 해가 밝아 있었다.

 

“살아서 다행이야…우리 아들…얼마나 걱정했는데…”

 

엄마는 일어난 나를 보더니 서글프게 우셨다.

 

“엄마 아부지 민규는요?”

 

아직 몸 모든 곳에서 비명을 질러 댔지만 민규를 보고싶은 생각에 재빠르게 민규가 어디 있냐고 물었다.

 

“민규는…유감스럽게도…:

 

“!!!!!!!!!!!”

 

깨어나고 얼마되지 않아 정신과 몸을 추스르지 못한 채로 가장 먼저 들은 소식은 애석하게도 민규의 죽음이 였다.

 

그 사고로 인해 난 소중한사람을 잃었고, 민규는 목숨을 잃었다.

 

다시 돌이킬 순 없는 걸까.

 

…엔딩을…바꿀 수는 없는 걸까?

 

그 후로 난,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방에 틀어박혀 밖으로 전혀 나오지 않았다. 모두가 민규를 그만 잊으라고, 너가 힘들어할수록 민규도 힘들어한다며 이제는 새출발을 하라 했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그렇게 민규를 몇 년 동안 그리워했을까…

 

하지만 야속한 시간은 눈치도 없이 빠르게 계속 흐르고 흘러 어느덧 3년이 지나 2020년 12월 25일을 앞두고 있었다.

 

유독 이때쯤이 되면 민규가 더 많이 생각났다. 민규의 기일이 가까워진 것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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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그 때 너 대신 내가 죽었더라면...아니 둘 다 죽었더라면... 지금 내가 덜 힘들고 덜 아프지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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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일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난 그저 초점 없는 눈빛으로 멍하니 천장을 응시하며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러다 깜빡 잠에 들었다.

 

'--------------------'

 

"...?"

 

누구지…? 방금 나에게 귀속말로 속삭인 사람. 근데...이 사람…뭐라고 한 거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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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난 이상한 꿈을 꿨다. 누군가가 나와 내 귀에 아까와 같은 말을 속삭이자 곧이어 민규가 나왔다.

 

꿈속에서도 여전하구나 넌...

 

아무렇지도 않게 앞치마를 매고 요리를 하고 있었다.

 

너무 그리움이 커져서 이상한 별의 별 꿈을 꾸는구나 라고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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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일어나요 빨리 빨리 음식 식어요"

 

왜 3년전에 죽은 민규 목소리가 들릴까 생각하며 눈을 떴다.

 

눈을 뜬 내 앞에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죽은 민규였다.

 

"김민규...?"

 

“진짜야???”

 

"민규야…진짜 민규야… 보고싶었어..."

 

"...? 엥…? 형 우리 어제도 봤잖아요...? 하루 종일 같이 있었구만…"

 

어제...? 어제라면 권순영이 나 걱정된다며 먹을거 바리바리 싸서 찾아온(쳐들어옴) 일 뺴고는 없는데...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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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로 달려가 거울을 보니 내 얼굴이 어색했다. 지금의 나의 머리는 빨간색 이였다. 민규가 죽고 난 뒤로는 쭉 검은 머리를 고수해왔으니,

 

마지막으로 염색을 한게...

 

3년전...

 

크리스마스 바로 전...

 

"민규야 내 폰 좀 줘봐"

 

"갑자기?? 음 여기요"

 

민규가 나에게 내 폰이라고 준 폰은 내가 3년전에 쓰던...그 사고가 났던 그 날에 박살나서 버렸던 아이폰 6 였다.

 

[2017년 12월 5일 화 오전 11시 23분]

 

2017년 12월 5일...?

 

뭔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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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 왜 이렇게 못 먹어요"

 

"어...?어어..."

 

“좀 팍팍 먹어요 팍팍 해산물은 안 들어갔으니까”

 

“어어…너도 먹어”

 

“전 이미 두 그릇 다 먹었어요…”

 

“아…”

 

민규가 죽기전으로 돌아갔다는 걸 알게 된 후로 내 머리속은 어떻게 하면 '민규가 죽지 않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뿐이였다.

 

“원우형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아…아니야”

 

“형 나랑 있을 때는 내 생각만 해주기”

 

“알겠어ㅋㅋㅋ”

 

“난 형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 궁금하단 말이야”

 

너의 귀여운 질투에 그 생각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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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가 가고 난 후, 집에 홀로 남은 나는 곰곰히 꿈속에서 들렸던 말을 기억하려 애썼다.

 

‘--------------------'

 

기억이 나질 않았다. 어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몇일을 헛되이 보내 버렸고. 어느덧 그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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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끼치도록 모든 게 그 때와 똑같았다. 민규의 행동하나 말투하나 그때와 다를 것 없었다.

 

어느덧 나는 민규와의 데이트에 정신이 팔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잠시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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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나온 뒤, 민규의 차에 올라 집에 갈 준비를 했다.

 

“형 오늘 진짜 좋았어요 다음에도 또 데이트해요~”

 

“응응! 나도 오늘 너무 재밌고 좋았어!”

 

“어 저 트럭 왜저래”

 

“어…어어?”

 

생각할 틈도 없이. 바꿀 틈도 없이 그떄와 똑같은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아득해지는 정신에 결국 또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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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누군가가-------’

 

또 그 꿈 이였다. 어…? 그 꿈…? 설마…

 

황급히 침대 옆에 있는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2017년 12월 5일 화 오전 11시 23분]

 

“형! 어 형 벌써 일어났네 아침 먹어요!”

 

또 다시 과거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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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형 크리스마스에 홍대 갈래요?”

 

“그래 저녁은 집에 와서 먹자. 사람 많아”

 

“그래요!”

 

“우리 갈 때 대학생때처럼 버스 타고 걸어 갈래?”

 

최대한 그 날과는 다르게 움직여야 한다.

 

“오 걷는 거 싫어하는 형이 웬일이래?”

 

“뭐…가끔 사람이 애인이랑 걷고 싶어할 수도 있지”

 

두 번 다시는 김민규를 잃을 수 없다.

 

“그래? 난 뭐 좋지 추억 돋고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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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진짜 많다…”

 

두번과는 매우 다른 데이트였고, 영화를 본 후 우리는 집에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꺄아아악”

 

갑자기 인도로 승용차 한 대가 넘어왔다.

 

“윽…김민규!!!!!”

 

“괜찮으세요?”

 

“민…규야…민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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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운전하던 40대 A씨에 의해 20대 K군 숨져…]

 

분명 바꿨다고 생각했는데. 바뀌지 않았다. 내용만 다르지 결말을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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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살리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또 그 꿈. 또 같은 속삭임.

 

다시 반복되는 날들.

 

바뀌지 않는 결말.

 

“형 밥먹어요!!!”

 

“어어”

 

“형 우리 크리스마스에 뭐 할래요?”

 

“그냥 집에 있자. 사람 많은데 뭘 나가”

 

“힝…알겠어요…”

 

집에만 있자는 나의 말에 힝구핑구가 되어버린 민규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너 없이 내가 어떻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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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제발 아무일 없길 바라며 우리집에 온 민규를 반겼다. (사실 거의 우리집에 살고 있어서 엄청 반기지는 않았디.)

 

“형형 영화보자!!”

 

“그래”

 

내가 간단히 먹을 것을 준비하고 있을때, TV 리모콘을 들고 이리저리 구경하던 민규는 “이거 보자 형!” 이라며 고른 영화는 다름아닌 미 비포 유(Me before you) 였다.

 

“이거 엄청 슬프다던데”

 

“아니야 엄청 슬프지는 않다는데”

 

그렇게 영화를 본 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난 다행이라 생각하며 씻고 옷을 갈아 입은 뒤 자연스럽게 민규의 옆에 누웠다.

 

나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며 입을 맞추던 민규가 갑자기 표정이 굳더니

 

“형 어디서 탄 냄새 안나요?”

 

“탄냄새?”

 

희미하게 탄냄새가 나는 듯 했지만 너무 희미했기에

 

“어느 집에서 야식 먹으려다가 냄비 태우나보지 뭐”

 

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삐이이이이이이-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울려 펴졌다. 눈을 뜬 뒤 보이는 집은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민,,,콜록 규야…!!”

 

민규는 대답이 없었다. 원체 나보다 잠귀가 더 밝은 사람이였다.

 

불길했다.

 

“여기도 생존자 있습니다!”

 

다행인지, 마침 우리 층을 돌아보던 소방대원이 나를 발견하고 구해 주셨다.

 

살아났지만, 기쁘지 않았다.

 

A to Z 까지 다른 스토리였지만 엔딩은 똑같았다. 너가 죽는 엔딩.

 

어떻게 해야 내가 널 살릴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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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살리기 위해서면, 그 사람을 대신할 누군가가 죽어야 한다’

 

분명 눈 감기전에는 병원이 였다. 하지만 다시 눈을 떠 보니 다시 그 집이였다.

 

“또 반복 되는건가…”

 

“원우형 일어나서 밥 먹…왜 울어??”

 

“아…아니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나 보다. 놀란 민규는 안절부절하며 내 눈믈을 닦아주고 달래주었다.

 

어차피 살릴 수 없는데. 왜…자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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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날 몇일을 꿈속에서 말해준 ‘누군가를 살릴려면 누군가가 죽어야 한다’ 라는 말을 해석

하려 노력했다.

몇일의 밤샘 끝에 어쩌면 해답일지도 모를 답을 찾았다,

 

누군가를 살릴 려면 누군가가 죽어야 한다…

 

그럼…

 

민규대신

 

내가 죽으면 되는 건가..?

 

“형 크리스마스에 저희 뭐해요??”

 

“너 하고 싶은거 해”

 

“나 하고 싶은거?”

 

“친구들이랑 바를 가던 클럽을 가던…솔로인 친구들이랑 놀아”

 

“어…? 알겠어…”

 

누가 봐도 나랑 크리스마스때 데이트를 하지 못해 섭섭하다는 얼굴을 하고 긍정의 반응을 보내는 민규가 너무 귀여워 웃음이 났다.

 

이번엔 기필코 김민규를 살릴리라 다짐한 난 그 날부터 하나씩 준비를 하기 시직했다.

 

먼저 집을 팔고,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을 만나고, 크리스마스를 1주일 남긴 시점에서는 잘 쓰지 않는 물건과 가구들을 팔았다. 아끼던 컴퓨터와 책상은 애인이 게임에 맛들려 컴퓨터를 하나 더 놔야겠다고 했던 승철에게 선물로 주었다.

 

“형. 갑자기 왜 그래요…왜 떠날 사람처럼 굴어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것같이 올망졸망한 눈빛으로 내 팔을 잡는 민규를 보며 난 살짝 웃으며

 

“안 떠나, 그냥 모든 걸 버리고 다시 새 출발 해보려고.”

 

라며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천천히, 하지만 끊임없이 정리를 하였고, 그때마다 주변사람들과 민규의 질문은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혀엉…어디가…나버리고 가지 마…”

 

“전원우 뭐야 죽어? 야 죽지마”

 

“뭐야 뭔데 왜 그러는데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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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4일 23시 45분]

 

이게 맞는 방법인지, 이렇게 해서 민규가 100% 살아남는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널 살리기 위해서는…

 

[2017년 12월 25일 00시 00분]

 

내가 대신 죽을 수 있어.

 

사랑해. 사랑해 민규야. 날 너무 원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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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

 

 

 

 

형 설마 그게 날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 한 거야? 와 형 이기적이다 나 형 없이 못 사는걸 알면서. 다 알면서 그런 짓을 한 거야? 진짜 형 너는 너무하다. 어떻게 나한테 그래? 어떻게 나 혼자만 남겨두고...(중략)

 

*검은색화면으로 한번 더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