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6살. 자취 경력 6년차. 20살, 대학 입학과 동시에 서울로 올라와서 고시원, 반지하, 옥탑방까지. 안 살아본 곳이 없을 정도로 여러 곳에서 자취를 해왔다. 그리고 그 화려한 자취 경력만큼 정말이지 별의별 인간들. 아니, 별의별 이웃들을 마주 해왔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인간. 아니, 이웃을 꼽자면 첫 번째로는 대학교 1학년 1학기 때 살던 고시원에 여자 총무와 내 옆방 살던 고시생 형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둘이 눈이 맞아 고시원 안에서 붙어있는 횟수가 늘어나더니 결국에는 얼마 안 가서 둘이 사귀고 배까지 맞더라. 그런데 왜 그게 기억에 남느냐면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고시생 형 옆방이 내 방이었는데. 고시원 특성상 방음이 취약해서 그런지 둘이 섹스할 때마다 소리가 내 방까지 아주 생생하게 들려왔었다. 빌어먹을 총무와 고시생 새끼. 1학기 내내 두 사람 소리에 시달리다가 결국 내가 먼저 고시원을 나와버리고 내가 꿈에 그리던 자취의 로망은 그렇게 무너져내렸다.
두 번째로 기억나는 이웃은 군대 전역 후 살던 옥탑방의 주인아주머니다. 사실 이웃이라기보다는 정말이지 기억에 남는 사람이다. 물론, 안 좋은 쪽으로 말이다. 제대를 하고 바로 복학을 할 시기라서 급하게 학교 근처 자취방을 알아보고 있던 중이었다. 하지만 학기가 시작할 시기라서 그런지 학교 근처 원룸은 이미 다 계약이 끝난 상태여서 방을 구하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싸고 마음에 드는 방이다 싶으면 이미 계약이 끝나있는 상태고 겨우 괜찮다 싶은 방을 찾으면 방값이 너무도 비쌌다.
그렇게 며칠 동안 방을 구하는데 실패를 거듭했을까. 복학을 며칠 앞두고 정말 어렵게 구한 방이 바로 그 옥탑방이었다. 옥탑이란 거 빼고는 시설도 꽤 괜찮고 주변 환경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특히나 방값이 정말 쌌다. 이미 방 구하기에 진절머리가 나있던 터였는데, 학교도 가깝고 방값이 정말 쌌다는 점이 너무도 마음에 들어 덜컥 바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었다. 하지만 그게 김민규 26년 인생 다섯 손가락 안에 뽑힐만한 최대 실수라는 것을 그때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계약도 일사천리로 하고 학교 복학도 정말 순조로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의 자취 라이프는 전혀 순조롭지 못했다. 얼마 안 가서 왜 방값이 싼 것인지. 왜 이 싸고 학교에서도 가까운 방을 왜 아무도 보러 오지 않았는지에 대해 이유를 금방 알게 되었다. 주인집 아주머니가 정말이지 예민함과 까칠함의 결정체에다가 월세 독촉하기로 우리 학교 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분이셨다. 그런데 그 유명한 분을 내가 왜 몰랐냐고? 막 제대하고 복학을 한 복학생이 그 소문을 알리가 있을까. 그렇게 뒤늦은 소문을 알게 된 채 울며 겨자 먹기로 일 년 동안을 아주머니에 독촉과 예민함에 정말이지 숨을 죽이며 살았다. 비유를 하자면 솔직히 과장 좀 보태서 그 일 년이 군대에 있을 때보다 더 힘들었다. 이 정도면 내가 얼마나 힘들게 일 년을 보냈는지 알 거라고 믿는다.
그외에도 별의 별 인간들을 만났지만 말하다 보면 끝도 없을 거 같으니깐 이쯤에서 끝내야겠다.
험난했다면 험난했던 고시원, 옥탑방, 반지하를 거쳐서 지금의 집까지. 어려운 형편으로 겨우 구한 오피스텔이닌만큼 그전처럼 이상한 이웃들을 마주할 일도 없고 정말 순탄하고 행복한 자취 라이프를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말이지 평화롭고 행복한 나의 자취 라이프.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발, 행복하기는 개뿔.
이 망할 담배 연기. 며칠 전부터 베란다를 통해서 집안으로 담배 연기가 들어오고 있다. 처음 집안으로 들어오는 담배 연기를 맡았을 때는 어차피 나 혼자 살기도 하고 담배를 피웠다가 끊은 사람으로서 그래, 담배를 피울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며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이런 게 한두 번이어야지. 이짓이 세 번이 되고 네 번이 되고 매일 지속 됨과 동시에 하루에도 몇 번씩 그러니 아주 돌겠는 거다. 대체 어떤 새끼가 이렇게 담배를 뻑뻑 피워대는 거야. 피울 거면 혼자 피우지. 밤낮 할 거 없이 올라오는 담배 연기 때문에 이러다가 간접흡연으로 내가 먼저 죽겠다, 죽겠어.
내일 당장 관리실에 내려가서 주의 좀 해달라고 얘기해야지.
아랫집 웬수
w.랄프
"시발..."
내 황금 같은 주말 점심을 방해하는 담배 연기. 관리실에 내려가서 말을 하고 아파트 전체에 방송을 하면 뭐해. 여전히 굳게 닫힌 베란다 창문 틈 사이로 담배 냄새가 올라오는데, 시발... 정확히 전체 층간 흡연에 대해서 방송을 내보내고 이틀 만이다. 방송을 내보내고 이틀 동안은 정말이지 쾌적하고 정말이지 숨통이 트였다. 밖에 외출을 하고 돌아왔을 때 집안 가득 꽉 채운 담배 연기가 아닌 상쾌한 집 냄새. 솔직히 말하면 남자 혼자 사는 집이라서 그렇게 좋은 냄새가 나는 편은 아니지만 그전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그렇게 이틀 정도는 지긋지긋하던 담배 연기와는 작별일 줄 알았다.
그런데 염병... 정확히 이튿날 주말 점심인 지금. 또다시 퀘퀘한 냄새와 희뿌연 연기가 창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집안 가득 채운다. 오피스텔 전체에 주의해달라고 그렇게 크게 방송을 내보냈는데. 대체 어떤 자식이야. 예의를 얼마나 밥 말아먹었으면 또 담배를 피워. 얼굴이라도 확인하자라는 싶은 마음으로 소파 위에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후다닥 베란다로 가서 창문을 열고 발코니로 고개를 내밀어 밑을 바라봤다.
그리고 밑을 바라보자 보이는 까만 정수리와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담배. 오호, 아랫집 놈이었구만? 내 황금 같은 주말에 담배 연기를 선사한 자식이 저 자식이었어.
"저기요!"
난간을 붙잡고 고개를 쭉 빼서 저 까만 머리통을 불렀다. 하지만 못 들은 건지 아니면 못 들은 척을 하는 건지. 들은 척도 안 하고 여전히 희뿌연 연기를 뱉으며 태평하게 담배를 태우는 저 까만 머리통을 보자니 더욱 오기가 생긴다.
"저기요! 담배 좀 그만 피우세요! 연기가 자꾸 위로 올라ㅇ, 어? 야! 너! 어디를 그냥 들어가아!"
말을 하는 도중 피우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더니 자기 집 안으로 쏘옥 들어가 버리는 아랫집. 사람이 말을 하는데, 무시하고 그냥 들어가? 시발, 진짜...
야! 나와! 아랫집 너어! 나오라고! 난간 붙잡고 더욱 몸을 내밀어 아랫집을 향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봤지만 감감무소식에다가 내 화만 더욱 돋울 뿐이었다. 결국 씩씩거리면서 집안으로 들어와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후드 집업을 들어 아무렇게나 팔을 찔러 넣어 입고는 현관으로 곧장 가서 슬리퍼를 신었다. 시발, 저 예의 없는 놈 낯짝이라도 봐야지. 분해서 안 되겠어.
현관을 나서고 계단으로 향했다. 여전히 씩씩거리며 쿵쾅쿵쾅 계단을 내려갔다. 분명히 엄청난 꼴초일 거야. 입만 열어도 담배 냄새가 나겠지. 온갖 나쁜 이미지를 생각하며 아랫집 문 앞에 섰다. 문 옆에 있는 초인종을 한번 꾸욱 눌러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다시 한번 초인종을 눌러봤지만 딩동- 경쾌하고 맑은 소리만이 오피스텔 복도를 울릴 뿐 여전히 문 너머로는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주먹을 쥐고 문을 쾅쾅 두드렸다. 그러자 문 너머에서 누구세요- 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구긴 누구야. 윗집 사람이지. 다시 한번 문을 두드리자. 드디어 문이 열리고 내 황금 같은 주말 담배 연기를 선사한 아랫집 남자가 나온다. 그런데 시발...?
"누구세요?"
하얗곤 말간 얼굴에 가는 눈매. 나긋한 목소리로 나를 보며 묻는 아랫집 남자. 뭐야, 내가 상상했던 모습이랑은 전혀 다르잖아... 계단을 내려오며 상상했던 아랫집 남자는 덥수룩한 머리에 바지며 티셔츠며 다 늘어진 옷을 입고 몸에는 담배 냄새가 풀풀 풍길 거 같은 사람이었는데. 지금 나를 바라보고 서있는 이 남자는 차분하고 또 단정한 검은 머리에 늘어진 옷을 입고 있기는커녕 후드 집업에 슬리퍼를 신고 서있는 내가 더 후줄근하게 보일 정도로 깔끔한 차림이었다. 양말이라도 신고 올 걸... 갑자기 몰려드는 민망함에 헛기침이 절로 나와 큼큼거리며 헛기침을 했다.
말없이 헛기침만 해대는 내가 이상하다고 느껴졌는지 눈가를 찌푸리며 처음 들었던 나긋한 목소리에 짜증이 잔뜩 담긴 목소리 다시 한번 묻는 남자.
“저기요.”
“...”
“누구시냐니깐요.”
“...”
“...”
내가 대답은 않고 말없이 서있기만 하자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문을 닫고 들어가려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서 닫히는 문 손잡이를 잡고 문을 닫으려는 걸 막아섰다.
“아니, 잠깐만요.”
“할 말 없으신 거 같은데요.”
“할 말 있어요. 아니, 우선 문 좀 열어봐ㅇ, 아악!”
**
“그러게 문 사이에 발을 껴 넣기는 왜 껴 넣어요.”
“말하는데 문 닫고 들어가려고 했던 사람이 누군데요!”
문을 닫으려는 아랫집과 문을 닫으려는 걸 막으려고 문틈에 발을 집어넣고 한참을 실랑이 끝에 얻은 결과가 바로 오른쪽 엄지발가락 깁스다. 타박상이라고는 하나 일주일 정도 깁스를 해야 한단다. 안 그래도 주말이라 응급실 밖에 안 하는데. 시발, 돈 엄청 깨지겠네... 깁스한 발 때문에 절뚝이며 응급실을 나와 병원비를 수납하려고 수납처에 선 순간.
“어? 지갑. 헐, 내 지갑.”
“...”
“미쳤다, 헐. 지갑 어디 갔지.”
두고 온 건가? 어디 갔지? 아무리 주머니를 뒤적거려봤지만 지갑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 어디 간 거야. 허둥지둥 거리면서 바지 주머니며 집업 주머니를 뒤적거리고 있자. 내 앞으로 불쑥 카드 하나가 내밀어진다.
“...?”
“이걸로 해주세요.”
얼떨결에 계산을 하고 병원을 나섰다. 깁스를한 발 때문에 절뚝이며 걸을을 옮기자. 멀찍이서 걷다가 눈치를 살피며 슬그머니 내 곁으로 다가와 서는 아랫집 남자. 부축이라도 해줄 심산인 건지. 내 오른팔을 들어 자기 어깨에 둘러 부축을 해준다.
“걸을 수 있거든요.”
“아까는 못 걷겠다면서요. 못 걷는다고 울려고까지 했으면서.”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요!”
“아까. 발 낑기자마자?”
“그러게 사람이 말을 하고 있는데, 문을 닫기는 왜 닫아요!”
“이상한 사람인 줄 알고 그랬죠.”
또 그쪽이 거기에 발을 집어넣을 줄 제가 알았나요. 그리고 또 병원비도 제가 대신 내고 억울했지 조잘거리며 말을 하는 아랫집 남자. 아, 알았어요. 그만. 거기까지.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하다가는 끝도 없을 거 같아 말을 끊으니 알겠다며 어깨를 으쓱인다. 왜 보면 볼수록 얄밉지.
그리고 병원을 벗어나 한참을 서로 말없이 걷기만 했을까. 어느새 오피스텔 근처 공원이 보인다.
“저기에 앉아있다가 갈래요?”
“...네.”
깁스 때문에 불편한 발을 질질 끌고 병원에서 집 근처까지 왔더니 아까 다친 발가락이 더욱 욱신거려 인상을 좀 찌푸리고 걸었더니 그새 그거를 보고 벤치를 가리키며 내게 묻는다. 눈치는 빠르네. 벤치에 털썩하고 먼저 앉자 그 옆에 앉는 아랫집.
“아, 좀 살겠다.”
“저도요. 그쪽 부축하다가 힘들어서 죽을 뻔했거든요.”
“거 말하는 본새가 참...”
“아, 죄송. 속마음이 튀어나와버렸네.”
놀란 척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장난스럽게 웃는 아랫집을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봤더니 그제서야 미안하다며 입을 꾹 닫는다.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더니 또 와하하 웃음을 터트린다. 재밌어요? 끄덕끄덕.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러고 있는데요. 그쪽이 담배만 안 피웠어도 된 거였는데.
“담배요?”
“네, 그쪽 담배 때문에 제가 이렇게 된 거잖아요.”
깁스한 다리를 들어 발목을 까딱거렸더니.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전혀 모르는 눈치다. 그쪽 담배요, 담배. 제 담배요? 이거? 그러자 자기 겉옷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담배갑을 꺼내 흔들어 보인다.
“아니, 그 담배 말고 담배 연기요.”
여전히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눈치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랫집 남자.
“그러니깐... 그쪽이 담배 피울 때마다 연기가 자꾸 우리 집으로 올라와서요.”
“아...”
“그거 때문에 내려간 거였는데. 문전박대도 모자라서 이렇게...”
시선을 내려 다시 한번 깁스를 한 발을 바라봤다. 그러자 옆에서 들리는 나긋한 목소리.
“미안해요.”
“...”
“앞으로는 제가 주의할게.”
사과를 이런 식으로 받을 줄은 몰라서 많이 당황스러웠다. 분명히 아까 씩씩거리며 아랫집으로 내려갈 때는 싸울 마음으로 내려간 건데. 지금 같은 상황이 되니 전혀 화를 낼 수가 없다. 눈썹을 축 늘어트리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오는 아랫집 남자를 보고 누가 이상황에서 화를 내겠는가. 결국 괜찮다는 내 말을 끝으로 담배 얘기는 여기서 일단락되었다.
“그런데 아까 내가 위에서 불렀는데. 모르는 척했어요?”
“불렀어요? 이어폰 때문에 못 들었나.”
“그럼 아까 초인종은?”
“헤드셋 때문에요. 게임하느라...”
“게임이요? 대체 뭐 하는 사람이길래...”
“알면 다쳐요.”
“아, 네에. 어련하시겠어요.”
언제 시무룩했냐는 듯 금세 또 장난스럽게 구는 아랫집 남자 말에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답을 했더니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와하하 웃어 보인다. 이게 웃긴가. 웃음이 참 많은 사람인 거 같다.
“민규 씨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
“보면 몰라요?”
“...?”
“잘생긴 사람이잖아요.”
이번에도 웃을까 싶어 손끝으로 내 턱을 쓸어내리며 말했더니. 웃기는커녕 정색을 하고 나를 바라본다.
“그렇게 정색할 필요가...”
“있어요.”
입을 비죽이며 노려보자 또 와하하 웃는다. 이 사람은 그냥 나 놀리는 게 재밌어서 웃는 거 같다.
“그런데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요? 말해준 적 없는 거 같은데...”
“아까 민규 씨 접수할 때 옆에서 들었어요.”
“와, 불공평하다. 나는 그쪽 이름 모르는데.”
“그래서 안 알려주려고요.”
다시 한번 입을 비죽이며 노려봤더니 그제서야 웃던 걸 멈추고 이름을 말해준다. 원우요, 전원우. 올해 26살. 이제 됐죠? 말해줬으니깐 표정 풀어요. 지금 민규 씨 좀 못생겼어요. 그 말에 눈을 크게 뜨고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또 고개를 젖히고 혼자 웃기 바쁘다. 나 놀리는 게 재밌어서 웃는 거네. 백퍼네.
그렇게 한참을 놀림 아닌 놀림을 당하며 벤치에 앉아 대화를 이어 나갔다. 대화를 하다보니 나이도 같아서 말도 놓게 되었고 서로 좋지 못했던 천인상과 달리 금방 친해지게 되었다. 공감되는 것도 많았고 관심사도 비슷했다. 아까 있었던 일들은 이미 잊어버리고 원우와 더 신나게 대화를 나눴다. 뭐랄까... 드디어 자취 6년 만에 좋은 이웃을 만난 거 같은 기분이든 달까.
**
“아악! 내 바알!”
“어어!? 괜찮아요?”
“안 괜찮아요!! 아아, 내 바알...”
문을 잡길래 있는 힘껏 문 손잡이를 잡아당겨 닫으려고 했다. 그리고 그 순간 들려오는 비명 소리... 놀라서 손잡이를 놓고 문을 밀어서 활짝 열자 보이는 건 발을 쥐고 주저앉아있는 남자였다. 괜찮냐고 물어봤지만 영 괜찮지 않은지 발을 쥐고 나를 올려다보며 볼멘소리로 대답을 해온다.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까지 달고 말이다.
“많이 아파요?”
“당연히 아프죠! 안 아프겠어요? 문에 발이 꼈었는데?!”
“... 우선 병원부터 가요. 자, 손.”
여전히 발을 쥐고 울상을 짓고 있는 남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불퉁한 표정으로 내 손을 바라봤다가 마지못해 손을 잡아 온다.
"걸을 수는 있어요?"
"아니요..."
그 말이 사실이기는 한지. 몇 발자국 절뚝거리며 걷다가 바닥에 다시 풀썩 주저앉아 버린다.
"업어 줄까요?"
결국 남자를 업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병원까지 왔다. 어찌나 무거웠던지... 평소 잘 흘리지도 않는 땀이 날 정도로 정말 힘들었다. 남자가 접수하는 사이 데스크에 기대서서 숨을 골랐다. 접수를 다 한 건지 내 곁으로 다가와 서는 남자.
"힘들지 않아요?"
"죽을 거 같아요."
"... 고마워요."
아, 그리고... 나 그쪽한테 업혀서 병원 온 거 비밀로 해줘요... 눈치를 살피며 내게 조용히 말을 해오는 남자를 보며 속으로 귀엽다는 생각과 함께 이상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